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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인간문화재 박귀희 자서전2022-10-01 16:18
작성자 Level 10

인간문화재 박귀희 자서전

순풍에 돛달아라
갈길 바빠 돌아간다

 

글을 쓰면서

 

가야금과 함께 육십년

 

생각해 보면 어언 60년.
예술인으로서, 국악인으로서 수많은 사람들의 박수 갈채를 받아 보기도 했고, 아직도 뭔가 성이 차지 않고, 이렇듯이 나이만 먹어 버렸는지 아쉬움이 남는 것은 다른 사람에 비해 욕심이 많은 탓일까.


어줍잖게 이렇게 펜을 들고보니 괜히 낯이 간지럽고 쑥스러워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자서전이나 회고록 같은 것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나, 아주 유명한 사람들이나 쓰는 그런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이렇게 펜을 든 것은 근대사를 거치고 또 해방을 맞은 지가 50여년이 가까워 오지만, 아직도 우리의 민족 음악이 올바른 자리를 차지하고 못하고 양악에 밀려 자꾸만 왜소해져가는 것 같아 불만스러웠던 감정들을, 지난날 나의 국악 인생을 돌이켜보면서 반성하고 평소 느껴왔던 점을 쓰기 위해서이다.


나는 평생을 국악만을 위해 걸어왔고 살아왔다. 따라서 국악인의 한사람으로서 요즘 세태를 생각하면서, 나의 개인적인 국악 편력과 함께 인생사를 회고해 보고, 살아오면서 느낀 점을 써보려고 하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14살에 소리공부를 시작했으니, 벌써 육십여년을 우리 음악과 함께 산 셈이다.
철부지 코흘리개 소녀가, 대구극장에서 명창 소리를 들으면서 시작한 나의 국악 인생도 이제는 황혼녘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 버렸다.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고 했던가. 정말 세월은 유수처럼 빠르고도 덧없음을 느낀다. 내 나이 벌써 칠십하고도 둘, 설 쇠고 나면 한 살 더 먹겠지.


어느새 이렇게 나이를 먹어 버렸단 말인가. 마음은 아직도 이십대 청춘같은데, 몸은 예전 같지가 않다. 그 누구보다도 건강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요즘들어 부쩍 병원걸음이 잦은 걸로 보아서 나이는 속일 수 없나 보다. 하고 싶은 일도 많고 아직도 할 일이 많이 남아있는데...

 

1992년 12월
박 귀 희

 

 

「순풍에 돛달아라 갈길바빠 돌아간다」가 출간되기까지


구한말 물밀듯이 밀려오는 서구문화, 일제강점하의 민족말살정책, 분단과 동족상잔의 비극, 그리고 현대산업사회에서 외국 대중만화의 무차별적인 유입, 이러한 역사의 격변기속에서 국악의 길을 걸어오신 고인께서는 당신의 인생역정을 책으로 펴내 후세대가 우리 전통음악의 소중함을 깨닫고 이를 보전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틈틈이 자서전 간행 준비를 해오셨다.


그러나 뜻을 이루지 못하시고 1993년 7월 14일 유명을 달리하셨다.
이에 여러 제자들이 선생의 유지를 받들어 자료를 정리하여 이제야 세상에 내놓는다. 원고정리를 맡아주신 새소리 출판사 편집부 직원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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